홍길동전 맛보기 · 1 / 6
책을 펴다
첫 장을 넘긴다.
「조선국 세종 임금 때에 한 정승이 있었으니, 성은 홍이요…」
읽는 소리가 내 목에서 나오는데, 내 목소리가 아니다.
글자가 눈에서 멀어진다. 종이 냄새가 흙냄새로 바뀐다.
손을 들어 본다. 손이 있다. 열여섯 살쯤 된 아이의 손이다. 붓을 오래 쥔 자리에 굳은살이 앉아 있다.
담 너머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. 그 이름이 내 이름처럼 들린다.
「길동아.」
이 안에서 나는 홍길동이다. 내가 원래 뭐였는지는 여기서 아무 소용이 없다.